출전선수를 소개하는 목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. 여느 때와 달리 낭랑한 목소리에 관중의 시선이 쏠렸다. 맑고 단호한 목소리로 소개를 한 뒤 총총히 걸어 내려온 이는 국내 첫 여성 링아나운서 이한나(25) 씨다.
격투기대회 링아나운서를 맡게 된 건 절반의 우연과 절반의 필연이었다. 원래 K-1 한국대회 링아나운서로 널리 알려진 이원석 씨가 대회 단체로부터 제의를 받았으나 스케줄이 겹치자 제자들 중에서 '대타'를 찾았다. 이때 '내가 하겠다'고 손을 번쩍 든 사람이 이씨였다. 현장감각과 배짱, 애드리브 능력을 키우는 데는 관중이 많은 격투기대회장도 좋겠다는 생각에 앞뒤 재보지도 않고 덜컥 해보겠노라고 나섰다.
하지만 격투기의 '격'자도 몰랐으니 걱정이 앞섰다. "우선 중요한 건 떨지 않는 것이다. 그 다음부터는 서서히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라